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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화

소똥을 밟았네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인 소동파(蘇東坡, 1036년~1101년)는 시와 서화(書畵)에 모두 뛰어난 천재였다. 북송 때 저명한 문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 소순(蘇洵)과 아우 소철(蘇轍) 역시 당송팔대가로 손꼽힐 정도로 명문가의 재원이었다. 그는 일생 동안 선사들과 빈번히 교류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통했던 고승이 불인선사(佛印禪師)였다. 소동파의 스승인 동시에 벗이기도 했던 불인선사는 북송 때의 유명한 선사로서 법명이 요원(了元)이고 자는 각로(覺老)였다. 동파거사는 호주(湖州)에 있을 때 처음 불인선사를 뵙게 되었는데, 훗날 황주로 좌천된 뒤 많은 경전과 어록을 열람하기 시작하면서 대사와 더욱 친밀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두 선지식은 자주 왕래하며 차를 즐기고 도담(道談)을 나누었기에, 선림에 적지 않은 공안을 남기기도 했다.

소동파가 어느 날 도반처럼 지내는 불인요원(佛印了元, 1020~1086) 선사를 찾아갔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좌선을 하였는데, 동파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라 선사에게 물었다.

“스님, 제가 좌선하는 자세가 어떻습니까?”
“부처님 같습니다.”
소동파는 선사의 말에 의기양양해졌다. 이번에는 선사가 동파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가 보기에 내 자세는 어떠한가?”
“스님께서 앉아 있는 자세는 마치 한 무더기 소의 똥 덩어리 같습니다(像牛糞).”
선사는 미소를 지으며, 동파거사에게 합장하였다.

소동파는 집에 돌아와 여동생에게 낮에 선사와 좌선하면서 대화했던 내용을 들려주며 어깨까지 으쓱거렸다. 여동생이 가만히 다 듣고 나서 태연스럽게 말했다.

“오늘 오라버니는 선사에게 비참히 패하신 겁니다. 선사는 마음속에 늘 부처 마음만 품고 있으니 오빠 같은 중생을 보더라도 부처님처럼 보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오빠는 늘 마음속에 탐욕스런 마음만 품고 있으니, 6근이 청정한 선사를 보더라도 똥 덩어리로 본 것이네요.”

앞의 이야기처럼 상대방을 보는 데는 자신의 관점과 자신이 키워온 업(業)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자신의 견해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자신의 잣대대로 상대방을 저울질한다.
실은 부처는 모든 존재를 부처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분별심이 없는 것이다. 즉 부처에게는 옳고 그름, 부처와 중생, 깨끗하고 더러움, 밉고 곱다라고 하는 이분법적 차별심이 없다고 한다.





20기 공부. 영산회상 편집을 맡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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