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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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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똑바로 보라

불기 2564년 10월 18일 일요가족합동법회 법문입니다
법사 : 대한불교조계종 법장사 회주큰스님

   [있는 그대로 똑바로 보라]

  직지인심(直指人心),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킨다는 뜻이다. 즉 눈을 밖으로 돌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곧바로 잡을 것, 제대로 바라보고 파악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작건 크건 마음의 병 하나쯤 갖고 있다. 크게 3가지, ‘분노·자존감·우울감’에서 비롯한다.

  불교의 목적은 고통을 없애고 행복을 갖는 데 있다. 그 시작은 ‘있는 그대로 똑바로 보라’는 것, 이를 위해 수많은 경전과 논서들이 마음(감정)의 작동 원리를 세세히 밝히고 있다. 불교의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 과학적 연구와 더불어 심리학, 정신치료 분야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좌절되면 그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강한 화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그런데 개인주의가 강한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결과의 원인을 개인에게 귀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 화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다. 좌절된 결과를 가져온 자신의 무능을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우울한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윌리암 레드포드(Williams Redford) 교수는 『Anger Kills』라는 책에서 분노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대학을 다닐 때 측정한 분노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0대가 됐을 때 사망할 확률이 4~7배 높다고 합니다. 분노가 죽음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분노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해를 입힌다.

  욕구가 없으면 스트레스도 없다. 불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욕구가 없으면 고(苦)도 없다. 만약 여러분이 스트레스나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욕구를 없애면 된다. 그런데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욕구를 없애게 되면 여러분은 웰빙도 잃어 버리게 된다.

  우울할 때는 우울과 관련된 기억이 잘 떠오른다. 그러면 더욱 우울해지고, 결과적으로 우울한 기억이 더 잘 떠오르면서 우울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기분이 좋은 경우에도 마찬가지 기제에 의해 더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이것은 정보처리용량제한성 속에서 맥락에 맞는 정보 처리를 위해 진화적으로 발전한 기억의 기제이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안에는 여러 ‘나’들이 살고 있다. 많은 ‘나’들이 수고하여 내 몸의 건강 돌봄, 공부, 업무, 여러 역할 등을 해내고 있다. 마땅히 나에게 감사하는 자기감사가 필요하다. 한 차례 공부나 업무를 하고 잠시 쉴 때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속으로, 혹은 아무도 없다면 소리 내서 스스로에게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해도 좋다. “oo야, 수고했어! 애썼어! 덕분이야! 고마워!” 습관처럼 해보기 바란다. 반드시 듣는 ‘나’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누군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에 화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겠지만 화가 나는 바로 그 순간이 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평화로울 때는 누구나 너그럽다. 화날 때,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겨자씨처럼 좁아졌을 때, 그때야말로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마음 병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블루(우울), 코로나레드(분노), 코로나블랙(좌절) 등의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오늘날 우리 마음 상태는 위태롭다.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팔정도(八正道)라는 게 있다. 삶의 괴로움을 여의고, 깨달음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방법이다. 그중 첫 번째가 정견(正見)이다. 곧 바르게 보는 것을 말한다. 불교심리학에서는 이 ‘정견’을 심리치료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분노, 자존감, 우울을 비롯해 어떤 마음의 병이든 그것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아플 일은 수없이 많고, 그때마다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눈앞에 닥친 상황을 외면하거나, 아픔에 무감각해지는 대신 건강하고 성숙한 태도로 다친 마음을 돌볼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덜 아플 수 있다. 아프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 전에 먼저 분노에 대해 살펴보자. 보통 우리는 분노가 바깥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떤 상황 때문에 화가 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화를 비롯한 모든 감정은 분명 바깥 조건에 영향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내면에 영향을 받는다. 오히려 후자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게 불교심리학의 관점이다. 화는 내면의 욕구(욕구 좌절)에 의해서 발생하며, 따라서 욕구를 잘 다스리는 것이 화를 다스리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화를 느낀다. 비근한 예로, 내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누가 빼앗아 가면 화가 난다. 문제는 살면서 이런 상황이 시시때때로 벌어진다는 데 있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매번 우리는 누군가와 부딪힐 수밖에 없고, 수시로 욕구 좌절을 경험한다. 만약 그런 순간마다 화를 낸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일어난 화를 가만히 두면 마음이 골병을 앓는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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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사 2020/10/1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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