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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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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

불기 2564년 7월 26일 일요가족합동법회 법문입니다
법사 : 대한불교조계종 법장사 회주큰스님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

운문선사가 대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미 지나간 15일(보름)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앞으로 맞을 15일 이후에 대하여 한마디 해보아라.”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운문선사가 대중들을 대신하여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다.”

擧 雲門垂語云하기를 十五日以前은 不問汝하겠으니 十五日以後를 道將一句來하라 自代云하기를 日日是好日이다. (『벽암록』)

“날마다 좋은 날”은 원오극근 선사사 찬한 『벽암록』 제6칙에 ‘운문의 좋은 날[雲門好日]’에 소개된 공안이다.

365일 날마다 행복한 날이다.

운문선사는 ‘날마다 좋은 날’이란 법상수훈法上垂訓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나머지는 우리의 몫이다. 어떻게 하면 365일 좋은 날로 살 수 있을까?
이것이 제자들에게 던져준 운문선사의 화두 공안이다. 만 가지 길과 답이 있다. 빠른 길도 있고 느린 길도 있다. 날마다 행복한 길도 있고, 100일만 행복한 길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싫어하는 마음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받아들이면, 봄에는 꽃이 피어서 좋고, 같은 바람이지만 여름에는 더욱 시원해서 좋고, 가을에는 맑은 하늘 때문에 달이 더욱 아름다워서 좋고, 겨울에는 눈이 내려서 좋다. 365일 날마다 호시절이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마음먹기에 따라 제각기 극락과 지옥이 생기고, 부처와 중생의 삶이 펼쳐진다. 좋다 싫다. 크다 작다, 내 편 네 편 하는 시비 분별 망상 때문에 세상의 고통이 생긴다. 선사는 상대적인 편견과 시비심을 떠나 중도를 찾으라고 설파하는 것이다.

일일시호일이란 경구처럼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좋은 날로 보내고 있는가, 아니면 부정적인 날로 보내고 있는가.
어느 날도 같은 날은 없다. 다만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좋은 날이 될 수도 있으나 어떤 이에게는 항상 엇비슷한 그저 그런 하루가 될 수도 있다.
업장이 두터운 사람에게 하루는 수십 년 고통의 세월처럼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하루, 햇살이 눈부실 만큼 맑은 날도 있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도 있다. 차가운 눈이 오는 날도 있을 것이며 천둥 번개가 칠 때도 있다.
우리에게 모든 날은 새로운 날이며 그 누구에게도 한 번뿐인 날이다.
우리가 늘 맞이하는 하루는 그만큼 귀하고 소중한 하루하루가 아닐 수 없다.

운문 선사의 일일시호일이다.

아마도 하루하루를 자신의 생을 마감해야 하는 하루로 여기며 살아간다면 모든 이에게 하루의 삶은 달라질 게 분명하다. 일분일초가 안타까워 지극정성으로 시간을 보내고 매사 최선을 다하려 노력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홀로 보낼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비록 홀로 사는 사람일지라도 이웃한 나무와 돌, 자연과 벗하며 살아간다. 한 번쯤 어제 보낸 하루는 어떠했는가 생각해 보자.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맞이한 하루하루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날들이 아니었다.

『운문록』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맑고 고요하며 오묘하고 뛰어난 진여(眞如)에 들어갈 방법이 없을 때[無門], 어찌해야 합니까?”
“스스로의 마음으로 돌이켜 관조하여라.”

그동안 보낸 하루하루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귀한 날들이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이에게 하루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날들이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이웃의 고통을 나누고 선근(善根) 공덕을 쌓으면서 자비로운 나날을 보낸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도, 이웃에게도 가치 있는 소중한 날들이다. 바로 일일시호일이다.

기쁜 날은 신나서 좋고, 슬프거나 불행은 날은 그 원인을 알아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증장할 수 있어서 좋은 날이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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